정산종사법어(鼎山宗師法語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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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산종사법어(鼎山宗師法語)

제2부 법어(法語)

제2 예도편(禮道編)

6장

또 묻기를 [재래 풍속에 열반인의 수의(襚衣) 등속은 대개 값 비싼 옷감으로 지으며, 혹은 영전에 바친다는 뜻으로 옷을 지어 불태우는 일까지 있사온데, 우리 회상에서는 수의 등속은 묵은 옷이라도 깨끗만 하면 쓰라 하였사오니 마지막 가는 그 신체에 너무 섭섭하지 아니하오며, 또는 제사 때에는 제단에 음식을 차리어 영혼의 흠향을 구하며, 기타 시제에도 모두 음식으로써 정성을 표하옵는데, 본교에서는 제사에 제물을 차리지 않사오니 그 영을 대접하는 데에 또한 섭섭하지 아니하오리까.] 답하시기를 [수의는 깨끗한 묵은 옷이 없으면 새 옷을 짓는 것도 좋으나 묵은 옷이라도 새 옷과 다름 없는 옷이 있다면 기어이 새로 지을 것이 없다는 것이니, 그것은 이미 토석으로 화한 신체에 지나친 소비를 내지 말자는 것이며, 더욱이 옷을 지어 태우는 것 등은 알지 못하는 믿음으로써 공연한 소모를 내어 열반인의 미래에 복을 감할 따름이니 이것은 마땅히 금하여야 할 것이니라. 또는 제단에 음식을 차리는 것은 그 관계자의 정성을 바치는 한 형식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영혼이 흠향한다는 것은 이해하기에 분명치 못한 바가 있나니, 몸이 이미 없는 이상 다시 인간 음식을 취하여 생활할 리 없으며 또는 각자의 과보를 따라 수생한 이상 이 음식이 무슨 관계가 있으리요. 만일 영혼이 음식을 취하는 감이 있다고 하면 이는 다만 생전에 익힌 바 업식으로써 취하는 데 불과할 것이니, 재래 예법도 영혼이 음식으로 생활하는 줄로 꼭 믿었다면 어찌 1년에 한 두번의 제사 음식에 한하였을 것인가. 그러므로 제사를 행하는 이가 마땅히 이 이치를 알아서 위에 말한 바와 같이 음식 차리는 정신을 돌려서 마음으로써 천도 기원을 극진히 하며, 물질 희사로써 그 명복을 비는 것이 영을 대접하는데에 참다운 방법이 되는 것이니라.]